LEE BU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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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E BUL
16 AUGUST - 14 OCTOBER 2023
SOLO EXHIBITION OF
LEE BUL
PRESS RELEASE →
BB&M에서 개최하는 이불의 두 번째 개인전은 지난 20여 년간 작가가 천착해 온 인류의 유토피아적 모더니티를 향한 열망과 실패 그리고 예술과 건축의 역사적 아방가르드 유산에 관한 탐구를 조망하며 이를 바탕으로 확장시킨 신작 회화와 조각적 설치를 선보인다.
갤러리 1, 2층을 연결한 보이드 공간에 부유해있는 커다란 은빛 비행선 (2023)은 2018년, 헤이워드 갤러리(런던)와 마틴 그로피우스 바우(베를린)에서 열렸던 작가의 대규모 개인전에서 전시된 작품의 연작이다. 이 설치는 <나의 거대 서사(Mon grand récit)>라는 제목 아래 유토피아적 모더니티의 역사를 중심으로 전개시켜 온 일련의 작품과 같은 맥락으로 대표적인 포스트모더니즘 이론의 철학자 리오타르(Jean-François Lyotard)의 서술에 대한 작가적 해석이 담겨있기도 하다. 작품의 공기역학적 형태와 미래주의를 상징하는 눈부신 표면은 기술주의의 합리성이 가져다주는 가능성과 진보주의적 프로젝트의 신념을 표현하지만, 동시에 인간이 만들어낸 모든 것들에 필연적으로 내포된 오류와 그 역사적 트라우마의 긴 그림자를 지니고 있다.
이런 주제의식은 역사적 아방가르드의 분열된 비유와 서사에서 모티브를 얻은 회화 작품 <Perdu>에서도 잘 드러난다. 아크릴 물감과 자개가 결합된 물성은 패널 위에서 반복적으로 중첩되고 연마되며 감각적이고 생동감 있는 화면을 만들어낸다. 이는 자연과 인공 그리고 전통과 현대를 바라보는 작가의 관점과 태도가 반영된 것이다. 강렬한 색상과 유기적이면서도 기하학적 구조를 기반으로 더욱 추상적으로 변모해가는 작업의 이미지는 근대적 이상향 속의 풍경과 건축적 환경에 대한 자유로운 상상을 펼쳐내며 이를 정교하게 표현하고 있다.
회화 연작의 제목인 ‘Perdu’는 프루스트(Marcel Proust)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À la recherche du temps perdu)』에서 ‘잃어버린’이란 의미로 쓰인 단어와 동일한 것으로, 잊을 수 없는 기억과 피할 수 없는 과거에 대한 이끌림을 연상시킨다. 그러나 작가가 언급했듯 최전방에 파견된 군인들을 가리키는 군사적 용어로도 활용되는 이 단어는 냉전 시대의 마지막 경계선에 있는 한국의 사회·정치적 상황에 대한 은유를 가리키고 있다.
이처럼 이번 전시는 소위, 역사의 종말 이후에도 여전히 끝나지 않은 대단원의 시대인 현재를 통찰력 있는 관점과 시적인 언어로 포착해낸다. 이불의 작품은 유토피아에 관한 어떤 환상도 사라진지 오래인 오늘날, ‘Willing To Be Vulnerable’ 이란 작품의 제목처럼 우리의 미약함을 기꺼이 드러낼 수 있다면 아름다움을 통한 위안은 여전히 남아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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